작은 영화의 흥행 선풍? & '워낭소리'를 듣게 하는 힘
단 7개의 작은 영화관에서 처음 개봉했던 '워낭소리'의 흥행 돌풍이 매일 큰 화제가 되고 있네요. 저예산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인데도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이어지면서 이 영화는 손익분기인 5만 명을 넘어 벌써 관객 수가 8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는데요. 아마도 이번 주말이면 100만 명은 거뜬히 넘을 것 같습니다.
저도 지난 목요일 퇴근길에 영화 '워낭소리'를 봤는데요. 이렇게 여운이 컸던 한국영화가 최근에 있었나 싶을 만큼 아름답고 따뜻했고, 또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깊이를 주는 매우 특별한 영화였습니다. (새벽까지 쉽게 잠들지 못해 이리저리 워낭소리 관련 블로그 글을 검색하기도 하고 영화평을 등록하고 다니느라 새벽 3시경에야 잠이 들었거든요.)
'워낭소리'의 감동과 뜨거움을 전하는 관객들의 목소리도 블로그에 몇만 개씩 쌓여가고 7개의
워낭소리(Old Partner, 2008) 예고편
2000년부터 기획하고 2005년부터 촬영에 들어가 2007년 완성한 워낭소리는 원래 방송사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고 빛으로 남을 기구한 운명이다는데 제작자 고영재 PD를 만나 어렵게 영화화되었다고 하니 영화도 영화지만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들처럼) 영화에 담긴 스토리들도 참 많은 영화란 생각이 듭니다. ^ ^
이충렬 PD 감독을 따르면 영화 속에서 이 '워낭소리'는 소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주인을 소통시키거나 교감하게 하는 '매개음'이며 그들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상징' 이자 '메타포(metaphor)'로 일종의 '맥박'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요컨대 워낭이 멈춘다는 것은 둘을 교감시키는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결국 이것은 그들의 관계가 다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지요.
워낭소리를 봤다고 하면 꼭 '워낭'이 무슨 뜻이냐고 되묻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
그런데 이 영화가 관객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가만히 지켜보면 참 흥미로운 구석이 많습니다. 독립영화계의 '때묻지 않은' 순수성이 그대로 통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때론 그것이 흔하디흔한 마케팅 전략들보다는 더 정석이란 생각도 들어요.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해하고 움직이게 만들거든요.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이 영화와 매우 깊은 친밀감을 느끼고 무언의 약속 같은 것을(관객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의 다양한 기자들을 포함해서) 계속 지켜가고 있는데요. 바로 영화 속의 주인공 할아버지와 할머님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말고 계속 그들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주자'는 진심어린 의지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초반에 이 영화가 인기몰이를 시작하자 일부 언론과 관객들이 시도 때도 없이 방문해서 할머니 할아버지 주인공 내외분의 일상생활을 어지럽히게 만든 적이 있는데요. 급기야 영화 관계자들은 그들의 모든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대표하는 그들의 블로그에 '(워낭소리)언론과 관객들에게 드리는 긴급 호소문'이라는 글을 곧바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각종 언론매체들로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대해 취재요청이 쇄도하고 무작정 찾아가 사진을 찍는 등 일상이 파괴되고 훼손되어 가고 있는데 그분들의 일상을 지켜주고자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취재요청은 이후 정중히 사절한다는 공식입장을 올리게 된 것이죠.
조금 씁쓸한 이야기이지만 인간극장에 출연했던 산골 소녀 영자는 유명세로 방송 이후 돈을 노린 강도에 아버지를 잃었고 맨발의 기봉이 실제 주인공도 집으로의 할머니도 모두 지나친 관심 때문에 세상에 알려진 이후 더욱 불행졌는데 이들의 전철을 밟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 자체가 기사화되기도 하고..!) 기자들과 블로거 제작자 간 아름답고 조용한 (!) '합의'가 이루어집니다. '진심'이 통했다고나 할까.. 이후에 사생활 침해보다는 영화 자체와 관객 수에 포커스된 기사들이 훨씬 더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
대신 흥미로운 부분은 그들의 공식 블로그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일상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들이 올라와 영화에 열광했던 네티즌들의 목마름을 해소시켜 주고 있습니다. 오랜 관계 속에 아들처럼 낯설지 않은 이감독의 방문은 노부부의 생활을 지키면서도 '진심'을 소소히 전달하는 좋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 것이죠. ^^

얼마 전엔 영화 흥행수익률의 10%를 주인공 노부부에게 준다는 근거 없는 억측이 나돌고 기사화되기도 했는데 소문이 불거진 바로 다음날 제작자가 블로그를 통해 진상을 밝혀 곧바로 루머를 불식시키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작자와 감독이 진심으로 이 영화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의 진솔함이 충분히 네티즌들과 블로그 관계를 통해 공유되고 있었거든요.
워낭소리의 감독과 제작자가 블로그를 통해 공중들과 매우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고전적인 설득 메커니즘에서 빈번하게 거론되는 설득의 3요소 중 화자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뜻하는 (Ethos), 전달하려는 내용의 논리(Logos), 이를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감정(Pathos)이 차례대로 떠올랐습니다. :-)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 말하는 사람의 공신력이나 인격적인 측면, 신뢰감이 설득 과정에 60%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문득 '블로그'라는 공간은 이런 설득 요소들이 절묘하게 시너지로 힘을 발휘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진솔한 인간미가 넘칠수록, non-commercial 하게 비칠수록 더 힘이 생기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되고요.) 물론 반대의 감정을 가진 Pathos와 반대논리들과 부딪히면 양상은 달라지겠지만요.
생각해보면 최근의 웹 환경이 어쩌면 우리가 알려야 하는 본질 Reality가 좋을수록 수많은 공중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그들을 '설득'하는데 이전보다 훨씬 더 양질의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고도 알리지 못해 빛을 못 보던 브랜드들이 이러한 메커니즘과 '화법'을 이해하고 대화를 시도하면 이제는 누구나 그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아요.
앗차. 워낭소리를 아직 보시기 전이라면 너무 늦지 않게 한 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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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것이 영화였구나...압축된 버전의 동영상보다가 컴퓨터 앞에서 울었는데, 참 좋은 기회를 놓쳤네요^^ 그나 저나 Cullie는 프로필 사진을 컬러 사진으로 바꾸면 팬들이 더 많이 생길텐데.
Cullie의 블로그 파워는 역시 남다르네요. '낮술'도 언제 한번 들려주세요. 제가 보지 못한 부분을 Cullie는 봤을지도 모르니
얼핏 미디어상에서 워낭소리를 영어 제목으로 'Old Partner'인 동반자라고 표현되는 것을 보고 공감이 확 와닿은 적이 있습니다.^^진심은 정말 통하는 것 같아요~ 글 잘읽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마음이 먹먹해져서 자막이 다 올라가도록 바라보고 있었어요. 정말 오랜기간 마음에 남을 영화인 것 같습니다. 특히 진정한 소통은 개체를 뛰어넘는 것이라는 교훈을 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