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발렌타인 데이가 다가올 무렵이면 슬슬 초콜릿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기업들이 이 'Day'를 놓치기 않고 다양한 프로모션 상품도 내놓고 광고를 하기도 합니다.

'발렌타인 데이'를 사람들이 어떤 날로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국내 최대라 알려진 포탈에 들어가 검색해보았습니다. 이런 정보가 뜨더라구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의미 :
매년 2월 14일,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

발렌타인데이의 유래 :
3세기경 원정하는 병사의 결혼을 금지한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에... 더보기

초콜릿 정보 :
초콜릿의 역사, 초콜릿의 분류, 초콜릿 포장법, 별자리에 따른 초콜릿 준비

선물가게 정보 :
전국 유명 초콜릿 전문점, 선물 및 랩핑샵, 플라워샵

관련정보 :
데이트 장소, 이색 레스토랑, 초콜릿 만들기, 발렌타인데이 공연

다른 인터넷 site 들에서 검색된 정보들도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많은 사람들이 끼리끼리 주고 받는 정보도,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어떤 선물이 좋으냐, 어떤 이벤트가 좋으냐, 식사나 이벤트 장소는 어디가 좋으냐, 이런 내용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러니까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을 요약하자면, ‘발렌타인 데이’는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사주고, 혹은 꽃이나 다른 선물도 하고, 특이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색다른 event 도 벌이고 하는 연인들을 위한 날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 친구가 미국에서 온 지인이 호텔 예약을 부탁하기에 국내 몇몇 호텔을 연락해보니, Yen 高 현상으로 특급호텔들이 요즈음 일본인 관광객 덕에 객실 예약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토요일은 발렌타인 데이라 빈 방이 없다고 하더랍니다. 실제로 한 특급호텔에 근무하는 분께 여쭈어보니 발렌타인 데이 일박 프로모션 상품이 많이 팔렸고, 예약자 보다는 Walk-in 손님이 더 많다고 합니다.  몇 년 전 시내 H모 특급호텔에서 처음 발렌타인 데이 One Night Promotion 상품을 내놓았을 때 여기 저기서 비난을 받아, 광고를 못하게 했었는데, 이제는 어느 누구도 제약을 거는 사람이나 조직이 없다고 해서 저마나 이런 promotion 상품들을 내놓고 알리고 한답니다.  아무튼, 발렌타인 데이는 이제 어떤 계기나 유래로 이런 날이 지정되었는지 알려지지 않은 채로 마케터들의 활약으로 전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날’이 된 것 같습니다.

내친 김에 다른 이런저런 site 를 뒤지면서 Valentine day 에 관한 정보를 모아보았습니다.  그 결과 제가 내린 결론은 아무도 Valentine Day의 유래가 이거다 라고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없는 듯 해 보입니다.

더욱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날에는 초콜릿이 전세계적으로 점점 많이 팔리게 된 것 같습니다. ‘약간 쌉싸름 하면서 달콤한 초콜릿이야말로 사랑을 고백하기에 딱 맞는 상품이다’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누군가 생각해내고, 그를 환영한 업계에서 열심히 마케팅을 한 덕이겠지요. 아, 누구를 사랑하는 일이 초콜릿 만큼 약간은 쌉사름 하지만 그렇게 달콤하기만 한 건지요? 아님 달콤한 사랑만 주고 받자는 의지의 표현인지요?

그럼 왜 하필 그날은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로 알고들 있는지를 조사하니, 그 계기는 1960년 일본 M제과가 여성들에게 초콜릿을 통한 사랑고백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라는 설도 있더라고요. 그게 사실이라면 일본의 M사는 지구 마케팅 역사상 가장 성공한 ‘day marketing’ 중 1-2위를 다툴만한 사례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내친 김에 무슨 무슨 Day 라고 불리는 날이 도대체 몇 개나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는 ‘세계 기념일’은 50개가 있고, 그 외 마케터들이 만들었음 직 한 날들도 50개쯤 있었습니다.  의료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눈의 날’, ‘간의 날’ 등, 각종 산업군에서 만들 ‘**날’들 까지 다 합치면 1년 365일이 거의 무슨 ‘날’임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놀랍게도 매월 14일은 1월부터 12월까지 무슨 무슨 day로 이름 붙여져 있습니다. 창의적이긴 하다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참으로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되는 14일 Day들이기에 언급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매월 14일 외에도 축협에서 돼지고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3월 3일 삼겹살 데이, 농림부에서 닭고기 소비 촉진을 위한 99데이, 몇 월 몇 일인지 짐작이 가시죠? 오이 데이, 그리고 여러분이 잘 아시는 11월 11일의 날씬한 과자 데이부터, 약 50여 날이 무슨 데이로 명명되어 있었습니다.

올해는 Valentine Day 관련 어떤 기사들이 국내 일간지에 소개되었나를 검색하니, 다양한 기업들이 아주 다양한 프로모션 행사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개발국의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무역’으로 만들어진 착한 초콜릿 제조업체가 뜨고 있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기사 중 압권은 한 일간지에 ‘미혼남성들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보다는 현금을’이라는 Headline 으로 소개된 기사입니다.

기사의 내용은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전국 20세 이상 미혼남성 2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미혼남성들이 바라는 발렌타인 선물이 전통적으로 받았던 '초콜릿'이 아니라 '현금'인 것으로 나타났으니, 이는 남녀간의 관계에도 경제 불황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는 내용입니다.

기사가 계속 됩니다. ‘남성들이 발렌타인 데이에 원하는 선물 중 전통적으로 받던 초콜릿을 받고 싶다는 답변은 전체 응답자의 7%인 19명으로 전체 순위에서 7위에 머물렀던 반면 '현금'을 원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27%인 6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여행(13%)'이 33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하 생략)

세상에, 이런…. 은근 화가 나려 하면서, 울고 싶어졌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전체 sample 수가 대한민국 전국 20세 이상의 미혼남성 256명이고, 그 중에 68명이 ‘현금’이라고 응답하였습니다.  저는 여기서 대한민국의 미혼 남성이 몇 명이나 되는지, 그래서, 표본수니, 조사의 방법이니 신뢰도니 뭐 이런 것을 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한민국 미혼 남성 68명이 응답한 자료를 토대로, 대한민국 미혼 남성들이 경제 불황 가운데 맞게 된 발렌타인 데이라고 해서, 당신들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현금’을 받았으면 하는 사람들로 오해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디어의 기자분들은 조사 자료, 통계, Data이런 숫자들을 선호합니다. 그 이유는 본인들이 그들의 독자들에게 ‘fact’ -정확한 사실-를 전달하여야 한다는 본인들의 직업의식이나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사실을 간파한 마케터들이나 홍보하는 사람들은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통계자료가 있으면 이를 바탕으로 기획된 보도자료나 기획기사들을 매체에 배포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처음부터 이런 결과물들을 기대하면서 조사를 기획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면 안되는 것은 그 조사의 결과로 얻은 data들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을 만 한 것인지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저를 위로해주는 기사가 하나 검색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서치>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촛불상 시상식’에 관련된 기사입니다. 촛불상은 자신을 녹여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사회와 이웃을 위해 자기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한국대학생대중문화감시단이 13년째 개최하고 있는 ‘캔들 데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합니다.

캔들데이 캠페인은 상업주의에 물든 발렌타인 데이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 문화로 제안한 캠페인으로, 매년 2월 14일을 ‘캔들 데이’로 정하고 촛불처럼 주변의 이웃과 사회를 밝히는 사람이 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 인컴브로더도 ‘무슨 날’을 활용하는 PR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사인 김안과 병원의 위해 ‘눈의 날’에 맞는 기획을 해 다양한 publicity 활동들도 하고, 노동부의 고용지원센터 홍보를 하면서’19 Day’(일을 구하는 날)라는 날도 만들어 일을 구하는 사람들과 사람들 구하는 기업들을 연결시켜주는 행사도 해보자는 제안도 하였고, ‘간의 날’, ‘물의 날’ 이런 Day 를 활용하여 저희 고객사와 연관이 있는 ‘day’ 에 Event Marketing 도 하고, 정책 PR 에 필요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들도 합니다.

고객사의 비즈니스 목표와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들과 최적의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 또한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고안하는 것, 이런 활동들이 PR업에 종사하는 저희 같은 사람들이 매일 매일 고민하는 하일상이죠.  하지만 동시에 Public Relations 의 기본정신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어느 한 쪽이 아니라 메시지를 받는 사람들에게도 mutual benefit 이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함을 잊지 않으려는 PR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Valentine 이라는 분이 몇 해전 어디서 태어나신 누구신지 모르지만 그 분은 ‘당신의 날’에 후세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 아시면 기뻐할지, 혹은 저 같이 울고 싶을지 궁금합니다.

몇 년 전 미국의 한 서점에서 아동서적 코너에서 ‘Valentine Day’ 라는 그림동화책을 우연히 발견하여 읽은 기억이 납니다. Valentine Day의 유래를 설명하는 책이었습니다. 언제라고 쓰여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암튼 옛날에 Saint Valentine – 聖 바렌타인 신부님으로 부르겠습니다- 이라는 聖人이 평소에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는 선한 일을 많이 하셨는데, 그분을 기념하는 날로 그 유래가 시작되었다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서치>

그 다음에는 그 동화책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초콜릿이니 사랑고백이니 하는 이야기는 읽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누군지 그 동화책의 작가는 어린이들에게 Valentine Day 가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날로 기억되기를 바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심심한 일상을 벗어나 잠깐 재미있자고 만든 이런 Day들에 뭐 그리 윤리선생 같은 이야기를 길게 하고 있느냐고 제게 이야기하고 싶은 분들도 계시리라 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Valentine Day 가 안타깝기만 한걸요.

PS: Saint Valentine 님,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전혀 모릅니다. 실존하셨던 Saint Valentine 이 여러 분 계시니, 우리가 기념하는 이 날의 주인공이신 당신께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렇게 당신의 날이 요상한 상업주의에 빠져들어가는 게 싫다 싫다 하면서도, 혹시 제 사랑하는 우리 인컴브로더 후배들이 Black Day 에 끼리끼리 자장면 먹게 되는 일이 생기면 싫을 것 같아, 올해도 저는 초콜릿 바 한 개와 Grace 과자 한 통씩을 나누어 준 불쌍한 속물임을 고백합니다.  내년부터는 저도 당신의 날에 우리 인컴브로더 식구들 이름으로 저희들의 작은 사랑을 촛불 같은 분들이 후원하는 곳에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착한 인컴브로더 가족들도 더 기뻐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세상에는 건전한 시민과 건전한 기업가들이 훨씬 많다고 믿사오니, 그들을 연결하는 마케터 들도 당신의 날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었을지를 한번쯤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해주소서.


Writer profile
author image
김성혜 부사장

현재 Brodeur Partners, EVP 그리고 인컴 PR 재단 간사

1995년 인컴기획(현 인컴브로더)에 입사하여 PR 을 업으로 시작하였고, 1999년 미국 Boston 에 본사를 두고 있는 Global PR 회사인 Brodeur Worldwide(현 Brodeur Partners)로 옮겨 현재까지 재직 중에 있습니다.

Brodeur Partners 에서는 현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Director 를 역임하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들의 아시아 진출, 또 아시아 기업들의 Global 시장 진출을 위한 PR 컨설팅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09/02/20 15:54 2009/02/20 15:54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 7개의 작은 영화관에서 처음 개봉했던 '워낭소리'의 흥행 돌풍이 매일 큰 화제가 되고 있네요.  저예산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인데도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이어지면서 이 영화는 손익분기인 5만 명을 넘어 벌써 관객 수가 8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는데요. 아마도 이번 주말이면 100만 명은 거뜬히 넘을 것 같습니다.

저도 지난 목요일 퇴근길에 영화 '워낭소리'를 봤는데요. 이렇게 여운이 컸던 한국영화가 최근에 있었나 싶을 만큼 아름답고 따뜻했고, 또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깊이를 주는 매우 특별한 영화였습니다. (새벽까지 쉽게 잠들지 못해 이리저리 워낭소리 관련 블로그 글을 검색하기도 하고 영화평을 등록하고 다니느라 새벽 3시경에야 잠이 들었거든요.)

'워낭소리'의 감동과 뜨거움을 전하는 관객들의 목소리도 블로그에 몇만 개씩 쌓여가고 7개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크린이 217개의 스크린으로 확대되는 것을 보면서 아, 역시 산불처럼 번져가는 이 힘의 근원은 역시 컨텐츠에 있었구나 하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됩니다. '감동'이 곧 최고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구나,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


 워낭소리(Old Partner, 2008) 예고편


2000년부터 기획하고 2005년부터 촬영에 들어가 2007년 완성한 워낭소리는 원래 방송사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고 빛으로 남을 기구한 운명이다는데 제작자 고영재 PD를 만나 어렵게 영화화되었다고 하니 영화도 영화지만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들처럼) 영화에 담긴 스토리들도 참 많은 영화란 생각이 듭니다. ^ ^
 

소리로 서로의 '관계'를 만드는 것

'워낭소리'의 '워낭'은 소의 목에 달려진 방울을 뜻하는데요.
 
이충렬 PD 감독을 따르면 영화 속에서 이 '워낭소리'는 소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주인을 소통시키거나 교감하게 하는 '매개음'이며 그들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상징' 이자 '메타포(metaphor)'로 일종의 '맥박'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요컨대 워낭이 멈춘다는 것은 둘을 교감시키는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결국 이것은 그들의 관계가 다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지요.

워낭소리를 봤다고 하면 꼭 '워낭'이 무슨 뜻이냐고 되묻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

그런데 이 영화가 관객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가만히 지켜보면 참 흥미로운 구석이 많습니다. 독립영화계의 '때묻지 않은' 순수성이 그대로 통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때론 그것이 흔하디흔한 마케팅 전략들보다는 더 정석이란 생각도 들어요.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해하고 움직이게 만들거든요.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이 영화와 매우 깊은 친밀감을 느끼고 무언의 약속 같은 것을(관객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의 다양한 기자들을 포함해서) 계속 지켜가고 있는데요. 바로 영화 속의 주인공 할아버지와 할머님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말고 계속 그들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주자'는 진심어린 의지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초반에 이 영화가 인기몰이를 시작하자 일부 언론과 관객들이 시도 때도 없이 방문해서 할머니 할아버지 주인공 내외분의 일상생활을 어지럽히게 만든 적이 있는데요. 급기야 영화 관계자들은 그들의 모든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대표하는 그들의 블로그에 '(워낭소리)언론과 관객들에게 드리는 긴급 호소문'이라는 글을 곧바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각종 언론매체들로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대해 취재요청이 쇄도하고 무작정 찾아가 사진을 찍는 등 일상이 파괴되고 훼손되어 가고 있는데 그분들의 일상을 지켜주고자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취재요청은 이후 정중히 사절한다는 공식입장을 올리게 된 것이죠.

조금 씁쓸한 이야기이지만 인간극장에 출연했던 산골 소녀 영자는 유명세로 방송 이후 돈을 노린 강도에 아버지를 잃었고 맨발의 기봉이 실제 주인공도 집으로의 할머니도 모두 지나친 관심 때문에 세상에 알려진 이후 더욱 불행졌는데 이들의 전철을 밟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 자체가 기사화되기도 하고..!) 기자들과 블로거 제작자 간 아름답고 조용한 (!) '합의'가 이루어집니다. '진심'이 통했다고나 할까..  이후에 사생활 침해보다는 영화 자체와 관객 수에 포커스된 기사들이 훨씬 더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

대신 흥미로운 부분은 그들의 공식 블로그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일상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들이 올라와 영화에 열광했던 네티즌들의 목마름을 해소시켜 주고 있습니다. 오랜 관계 속에 아들처럼 낯설지 않은 이감독의 방문은 노부부의 생활을 지키면서도 '진심'을 소소히 전달하는 좋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 것이죠.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 전엔 영화 흥행수익률의 10%를 주인공 노부부에게 준다는 근거 없는 억측이 나돌고 기사화되기도 했는데 소문이 불거진 바로 다음날 제작자가 블로그를 통해 진상을 밝혀 곧바로 루머를 불식시키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작자와 감독이 진심으로 이 영화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의 진솔함이 충분히 네티즌들과 블로그 관계를 통해 공유되고 있었거든요.

워낭소리의 감독과 제작자가 블로그를 통해 공중들과 매우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고전적인 설득 메커니즘에서 빈번하게 거론되는 설득의 3요소 중 화자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뜻하는 (Ethos), 전달하려는 내용의 논리(Logos), 이를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감정(Pathos)이 차례대로 떠올랐습니다.  :-)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 말하는 사람의 공신력이나 인격적인 측면, 신뢰감이 설득 과정에 60%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문득 '블로그'라는 공간은 이런 설득 요소들이 절묘하게 시너지로 힘을 발휘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진솔한 인간미가 넘칠수록, non-commercial 하게 비칠수록 더 힘이 생기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되고요.) 물론 반대의 감정을 가진 Pathos와 반대논리들과 부딪히면 양상은 달라지겠지만요.

생각해보면 최근의 웹 환경이 어쩌면 우리가 알려야 하는 본질 Reality가 좋을수록 수많은 공중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그들을 '설득'하는데 이전보다 훨씬 더 양질의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고도 알리지 못해 빛을 못 보던 브랜드들이 이러한 메커니즘과 '화법'을 이해하고 대화를 시도하면 이제는 누구나 그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아요.

앗차. 워낭소리를 아직 보시기 전이라면 너무 늦지 않게 한 번 보세요.
 

Writer profile
author image
늘 변화되는 Web2.0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날선 감을 유지하고
조금 더 가깝게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Fuse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사람답고 일할 맛 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과 함께 현재 도모커뮤니케이션
컨설팅에서 IT/공공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기 이 공간에서 부담없이 즐기는 마음으로 PR 2.0 을 공유하고 생각해 보면서.. 같이 크고, 많이 성장하자구요. ^ ^


2009/02/19 06:56 2009/02/19 06:56

디지털 휴먼?

fuse sharing 2009/02/11 00:18

금일자 NYT에 재밌는 기사가 소개됐습니다.

디지털 정보를 관리하는 Digital Archivists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Digital Archivists, Now in Demand)

내용 만큼 저의 눈을 끈 것이 있다면, 사례로 소개된 UCLA의 정보 관리자인 Jacob Nadal의 말이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자신이 디지털 인간이라고 말하는 때가 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하며, 그렇다고 자신이 아날로그 인간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또 온라인-오프라인,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기존 커뮤니케이션이 통합돼야 한다는 fuse의 원칙을 이야기하려 하는구나 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Jacob의 말이 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이유는 보다 더 깊습니다. 작년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다분히 사장님의 취향이 반영된 여행지였지만, 상해로 워크샵을 갔습니다^^ 그 중 여러 세션 중에서 옴니콤 그룹에서 디지털 파트와 관련해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Jason Cooperman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verything that can be digital, will be digital"

나중에 알고 보니 사실 Jason Cooperman이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이미 업계에서는 꽤 많이 통용되는 memorable words 더라구요.^^; 그래도, 이 간단 명료한 메시지는 저를 비롯해서 강의를 듣던 많은 주위 동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었습니다.

이때 제가 했던 질문 중 하나가 "아... 이제 정말 PR한다는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모두가 디지털 인간으로 변해야 되나.."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NYT의 기사를 계속 읽다보니 IT 백그라운를 가진 사람들은 디지털 정보 관리사 업무를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 보였습니다. 너무 스토리지 솔루션 같은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죠. 때문에, 쓸데없는 정보를 무수히 저장해서, 오히려 가장 중요한 필요한 정보를 바로 찾아주는 역할을 하기 어려울 수 도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가장 디지털 기술이 필요한 분야로 생각하기 쉬운 Digital Asset Management 분야에서도 IT 기술에 대한 최신의 이해보다 중요한 것은 보다 더 쉽게 정보를 찾고, 접근하게 만드는 DB 구성에 대한 이해라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이를 이 업계에 적용해 본다면, 디지털 최신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라고 확신합니다.

해외  디지털 파트 수익 중 상당 부분이 웹사이트 구축에서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PR회사가 웹사이트 구축을 한다고 하니 다들 어리둥절해 하시더라구요^^

그 이유는 정보 검색/접근을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으로 볼 때, 찾아오는 방문자별로 웹사이트와의 대화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interactivity를 이해하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심에는 1과 0으로는 표현하기가 가장 어려운, 어찌보면 아날로그에 가장 가까운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습니다.

긴 이야기를 짧게 말하면,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될 수 있고, 디지털화가 될 앞으로의 세상에서도 꼭 필요한 사람은 디지털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누군가 왜 최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툴을 안쓰냐고 물어본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을 듯 하네요. (이것을 그럴싸한 변명으로 만들지 말고, 정말 인간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해야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공지능 로봇 '데이빗' 통해 진짜 인간이란 뭘까를 고민하게 만든 영화 A.I.
Writer profile
author image
디지털 공간을 따뜻함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홍우 jake@incommbrodeur.com)


2009/02/11 00:18 2009/02/11 00:18

몇 달전 한겨레 신문의 한 기자님을 만나 '불우하다'의 의미가 '때를 조우하지 못한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느낌이 새로웠던 기억이 나네요. '때'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가장 좋은 축복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제가 인턴 때 지금의 멘토이신 분 (당시에는 까마득한 상사)을 만났습니다. 항상 새벽 5시부터 근무가 시작되기 전까지 방대한 각종 자료를 보고, 생각하고, 고민하시는 그 분의 등을 보면서 속으로 "내가 과연 이 사람의 등을 넘어설 수 있을까"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또 서론이 길어졌네요^^; 암튼 그때 당시에 제게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시면서, 참 좋은 많은 분들을 만나게 해주셨었는데요. 그 중 한 분이 Financial Times에서 고정 컬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영국의 경제학자 John Kay 입니다.

간만에 John Kay의 The titans’ inability to say sorry 라는 재밌는 제목의 글을 읽게 됐습니다. 영국에서 수퍼 우먼의 대명사인 Nicola Horlic에 대해 그녀의 커뮤니케이션 자세에 대한 매우 직접적인 비판의 내용이었네요. 최근 미국에서 큰 이슈로 몰아치고 있는 Madoff 사건에 대해서 Nicola Horilic이 조금이라도 미안하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제가 100% 토종 한국남자라 그런지, 영국에서 그렇게 상징적인 여성상에 대한 이미지가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구글링을 해보니 마치 미국 시트콤 보스턴 리갈의 주요 인물인 '셜리 슈미트'가 떠오르더군요. (보스턴 리갈을 안보신 분은 꼭 보시길... 정말 강추인 드라마입니다^^) 셜리 슈미트 역은 매우 지적이고, 당당하며, 여성적인 매력이 있어, 60세 이상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자 주인공인 두 사람으로부터 항상 구애를 받는 역할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왼쪽이 셜리 슈미트 (켄디스 버겐), 오른쪽이 니콜라 홀릭


John Kay의 글을 읽고 나서, Nicola Horlic의 인터뷰를 들으니,,, 참 공교롭게도 양쪽의 입장이 다 이해가 됐습니다. (John Kay의 주장에 조금 더 맘이 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저의 입장에서는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것이 아닌 one-sided story니까요.)

그러나, 그녀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었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수퍼맘인 Nicola Horlic이 조금 더 겸허한 모습을 보이거나 자신의 입장에서 심심한 위로의 말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입니다.

자신의 논리를 한치의 바늘도 들어오지 않게 이성적 (rational)으로 펼치되, 감정적인(emotional) 메시지까지 전달했으면... 오히려 자신에게 투자했던 많은 이들에게 더 큰 확신을 전해주지 않았을까요?

저희 회사에도 하루에도 몇 번씩 들려오는 말이 '키 메시지'라는 단어입니다. 키 메시지 중요하지만... 가끔 단지 '내용'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키 메시지 안에는 보이지 않는 (intangible)한 감정도 반드시 포함된다는 사실을 잊고서요.

이 블로그에도 많이 부족하지만 짧은 지식을 포장하기 보다는, 진심어린 공감을 할 수 있는 글을 쓰자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됐네요.

아... 갑자기 보스턴 리갈에서 창업자 역인 대니 크레인 (윌리엄 샤트너)이 배심원은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설득된다고 말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다시 한 번 시즌 1부터 봐야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니 크레인 (윌리엄 샤트너)
Writer profile
author image
디지털 공간을 따뜻함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홍우 jake@incommbrodeur.com)


2008/12/26 16:48 2008/12/26 16:48